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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버트 그레이프,때론 힘들고 버겁지만 우리는 가족

by seunglee7 2024. 11. 7.

이 영화는 1993년에  개봉된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성장 영화(coming-of-age)이다. 각본을 맡은 피터 헤지스가 1991년에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인구 1,091명이 사는 미국 아이오와주의  조그만 마을 엔도라에서 식료품 가게의 점원으로 정상적이지 않은 가족들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집안의 가장이자 형인 길버트 와를 가진 그의 어린 동생 어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길버트 그레이프 포스터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다시 보기

20대 초반의 청년 길버트는 집안의 가장으로 살아온 지 오래다. 그 시작은 10여 년 전 지하실에서 자살한 아버지 사건이 출발점이었다. 유서도 없이 떠나 버린 그날의 충격으로 엄마는 먹고 자는 생활만 반복 중이다. 그 결과 체중이 200㎏ 이상으로 불어나 이제는 움직이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큰형은 대학 졸업 후 집에 발길을 끊었다. 누나는 다니던 식당에 화재가 나는 바람에 실직한 상태다. 사춘기 막내 여동생 엘렌과는 사사건건 충돌을 빚었다. 

그리고 어니. 어니는 지적장애를 안고 태어난 데다가 10살을 채 넘기지 못할 거라는 시한부 판정도 받았다. 그러나 곧 18번째 생일을 앞뒀다. 의사는 언제든 어니가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길버트는 동생이 오래 살길 바라면서도 어떨 땐 그 반대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길버트의 수입이 전부인 상황에서 인근에 들어선 대형 슈퍼마켓은 그가 근무하는 식료품점에 큰 타격을 줬다. 이처럼 길버트의 인생엔 어느 하나 화창한 구석이 없었다. 이런 암담하고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가족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중 베키라는 여성이 마을에 등장한다. 할머니를 모시고 캠핑을 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그녀는 자동차 고장으로 잠시 길버트의 동네에 머물게 됐다. 밝고 편견 없는 베키는 가족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에 억눌린 길버트의 내면을 어루만지며 지친 그의 마음을 달래 줬다. 이 만남은 그를 변화시켰다. 가족을 사랑하긴 하지만 멍에이자 치부로 여긴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다소 느리긴 하지만 어니도 변화하고 성장하는 인격체임을 깨닫고, 동생 문제로 갈등을 빚은 엄마와도 화해한다. 또 어디로도 갈 수 없고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자포자기 심경에서 벗어나 마음의 황무지를 건너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간다.  

 

대사 읽기, 우리는 가족입니다

  • "너 자신을 위해 바라는 것은 없어? 다른 사람 말고 오직 너 자신만을 위한 것?"
    • 의미: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길버트에게 베키가 던지는 질문입니다. 이 대사는 개인의 삶과 욕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살고 있고,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해 볼 수 있습니다.
  • "난 그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 의미: 길버트의 소박하지만 진솔한 바람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평범한 소망이지만, 그의 입을 통해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 "모든 걸 바꾸고 싶어. 가족이 함께 살 새로운 집이 필요해."
    • 의미: 답답하고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길버트의 간절한 마음을 드러냅니다. 변화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사입니다.
  • "머물러 있다고 해서 그곳이 집은 아니다."
    • 의미: 떠돌이 생활을 하는 베키의 대사로, 집이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마음이 편안한 곳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 어니의 순수한 말투: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어니의 귀여운 말투는 영화에 유쾌함을 더하고, 동시에 가족의 사랑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 에이미의 현실적인 태도: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여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에이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습니다.

길버트 그레이프, 가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음악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는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명연기와 함께,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인물들의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 잔잔하고 서정적인 멜로디: 영화의 따뜻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는 잔잔하고 서정적인 멜로디가 특징입니다. 피아노와 현악기의 조화로운 연주는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킵니다.
  • 쓸쓸하고 고독한 분위기: 길버트의 외로움과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하는 쓸쓸하고 고독한 분위기의 음악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을 표현하는 음악: 작은 마을의 일상적인 삶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답게 소박하고 평범한 음악이 사용되어 영화의 현실감을 더합니다.

대표적인 음악

  • "The Carnival": 영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곡으로, 작은 마을의 축제 분위기를 밝고 경쾌하게 표현합니다.
  • "Goodbye Horses": 길버트가 베키와 함께 떠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곡으로, 아쉬움과 새로운 시작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 "The Ballad of the Lonely Trumpet": 길버트의 내면을 표현하는 쓸쓸하고 고독한 멜로디로, 영화의 주제를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길버트 그레이프의 음악은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키고,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는 영화의 주제인 가족, 사랑, 성장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생각하기, 우리는 가족입니다.

가족과 집이라는 이 평범한 단어는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더없이 복잡한 감정을 내포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이자 언제든 돌아가 편히 쉬는 유일한 곳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남보다 못한 사람들, 벗어나고 싶은 장소가 되기도 한다. 가족은 자의로 선택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뜻이 맞지 않거나 어느 한 사람에게 과도한 책임이나 희생을 강요할 경우 짐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다시 안 보면 그만인 남과는 달리 쉽사리 연을 끊어낼 수도 없으니 말이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의 가족이 그렇고 우리의 평범한 가족이 그러하기에 공감되는 영화이다. 한때 누구보다 화목하고 단란하게 살았지만, 지금은 살을 파고드는 족쇄가 돼 고통을 준다.


 ‘길버트 그레이프’는 「무엇이 길버트를 갉아먹는가(What’s Eating Gilbert Grape?)」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제목처럼 청년 길버트의 인생은 가족에게 포박된 듯 보인다. 그러나 길버트를 갈아먹는 실체는 사실 포기 상태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결국엔 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체념이 자신을 결박했던 것이다. 그 마음을 걷어내자 암담한 현실과 가족을 향한 원망 대신 서로 고마워하고 또 사과하며 사랑을 확인했다. 이 작품은 가족의 의미와 함께 절망은 포기하는 마음에 그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길버트의 삶을 보며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전반적으로 밀려드는 무게감에 보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반드시 봐야 하는 인생 영화이다.